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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예측하는 복지, 위기를 예방하는 복지
  • 오윤지 기자
  • 등록 2026-09-28 08: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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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후 대응을 넘어 ‘예방복지국가’로 가는 새로운 길

김성철 / 백석대학교 대학원 NPO 경영학과 교수, 한국평화사회복지연구소 대표  


사회복지는 오랫동안 문제가 발생한 이후 개입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빈곤이 확인되면 급여를 제공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긴급지원을 하며, 돌봄이 어려워지면 서비스를 연결했다. 이러한 제도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켜 왔고 앞으로도 필요하다. 그러나 미래 복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얼마나 잘 지원했는가를 넘어,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예방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사회복지실패학』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안타까운 실패 가운데 하나는 ‘늦게 발견하는 실패’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경제적 어려움이 주거·건강 문제로 번지고, 외로움이 심각한 사회적 고립으로 진행되며, 작은 돌봄 공백이 가족 전체의 위기로 확대된 경우가 있다. 제도가 존재했음에도 필요한 순간에 닿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 원인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미래 복지의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형 복지에서 예방·예측형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진 뒤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삶이 무너지기 전에 손을 내미는 것이 더 인간적인 복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래 복지는 ‘예측-발견-연결-회복-예방’의 선순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예측하는 복지다.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반복되는 위기의 유형과 지역별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정책이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위험보다 먼저 움직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 복지의 경쟁력은 문제가 발생한 뒤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했느냐보다 위험을 얼마나 먼저 인식했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둘째는 발견하는 복지다. 아무리 정교한 제도가 있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행정정보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고립, 관계 단절, 돌봄 소진과 같은 위험은 지역사회가 함께 살펴야 한다. 주민과 사회복지사, 의료기관, 학교, 종교기관, 자원봉사조직과 NPO가 지역의 ‘사회적 감지망’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연결하는 복지다. 발견만 하고 적절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실패가 된다. 한 사람에게 빈곤, 건강, 주거, 돌봄, 정신건강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데도 기관별로 분절해 대응해서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 기관 중심의 전달체계를 넘어 사람 중심의 통합적 연결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서 NPO경영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NPO는 행정의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공공과 시민, 전문기관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사회적 연결자이자 혁신의 중간조직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제도와 공공데이터를 책임지고, 전문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NPO는 흩어진 자원과 사람을 연결해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미래의 NPO경영은 조직 하나를 잘 운영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제해결 생태계를 경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넷째는 회복시키는 복지다. 복지의 목표가 급여 지급이나 서비스 제공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다시 관계를 만들고, 사회에 참여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복지의 성과 역시 ‘몇 명에게 무엇을 제공했는가’에서 ‘그 사람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마지막은 다음 실패를 예방하는 복지다. 여기에는 새로운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실패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기록하는 ‘복지 실패지도’를 구축하고, 실패 사례를 기관 내부에 묻어두지 않고 익명화·분석해 정책 개선에 활용하는 학습체계가 필요하다. 실패의 책임자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의 구조를 찾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한 사람에게 발생한 실패가 다음 사람에게 반복되지 않는다.


물론 AI와 데이터가 모든 문제의 답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격차, 알고리즘의 편향과 낙인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사람을 위험점수로 판단하는 복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사람을 선별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놓칠 수 있는 사람을 더 빨리 발견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마지막 판단과 관계 형성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존엄이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실패학』이 지향하는 미래는 실패가 전혀 없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실패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기록하고 배우며, 다음 사람에게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능력이다. 실패를 사후 평가의 자료가 아니라 미래 위험을 예방하는 지식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실패학이 미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다.


이제 대한민국 복지는 ‘지원하는 복지’를 넘어 ‘먼저 발견하는 복지’, ‘기관별 복지’를 넘어 ‘연결하는 복지’, ‘문제를 처리하는 복지’를 넘어 ‘삶을 회복시키는 복지’로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기관·NPO·기업·시민이 각자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지역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의 진정한 성공은 위기에 빠진 사람을 많이 지원했다는 통계에만 있지 않다. 도움이 너무 늦게 도착하는 사람을 줄이고, 한 사람의 작은 위험이 삶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도 있다.


좋은 복지는 위기가 찾아온 뒤 문을 여는 복지가 아니라, 위기가 문을 두드리기 전에 사람을 찾아가는 복지다. 실패를 기록하는 사회에서 실패를 예측하는 사회로, 실패를 수습하는 복지에서 실패를 예방하는 복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사회복지실패학』이 제시하는 미래복지의 다음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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