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철 / 백석대학교 대학원 NPO 경영학과 교수, 한국평화사회복지연구소 대표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과 사회 시스템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행정은 디지털화되고, 상담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며, 인공지능은 복지 수요를 예측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은 묻는다. "AI가 사회복지사를 대신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AI는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도울 수는 있지만, 사회복지사의 존재 이유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복지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조직하며, 새로운 협력체계를 만들어 내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사회복지실패학』이 강조하는 실패 역시 결국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은 존재하지만 실행이 연결되지 못하고, 예산은 투입되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기관은 많지만 협력은 부족하다. 이러한 실패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리더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래 사회복지사는 사례관리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 학교, 병원, 기업, 종교기관, 자원봉사자, 주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플랫폼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NPO경영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미래의 NPO는 단순히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혁신을 설계하는 조직이며, 사회복지사는 그 혁신을 이끄는 핵심 인재가 되어야 한다.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 재정을 확보하는 역량,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 협업 능력은 이제 사회복지사의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
특히 AI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기를 예측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상처를 공감하고 삶의 희망을 회복시키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기술은 판단을 지원하지만, 신뢰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결국 미래 복지의 경쟁력은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얼마나 잘 이루는가에 달려 있다.
앞으로 사회복지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 상담기술과 행정실무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디지털 윤리, 사회혁신, 프로젝트 기획, 재원개발, ESG, 사회성과평가, AI 활용 능력 등을 함께 교육해야 한다. 미래 사회복지사는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조직을 경영하고 변화를 설계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사회복지사를 단순한 서비스 전달 인력이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현장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며, 새로운 실험과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처벌하는 문화에서는 혁신이 탄생하지 않는다. 실패를 학습으로 인정하는 조직에서 미래가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사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더 이상 복지를 제공하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변화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가 사회복지사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소명이다.
『사회복지실패학』은 실패를 통해 더 나은 복지를 만들어 가는 학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더욱 정교해질 것이지만,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공동체의 희망을 세우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미래 사회복지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비전을 가진 리더, 협력을 이끄는 NPO, 그리고 변화에 도전하는 사회복지사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미래는 직업의 미래가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이며, 그들이 보여 주는 리더십이 곧 대한민국 복지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