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이하 ‘한농협’)는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수차례에 걸쳐 농인의 방송접근권 강화를 위한 폐쇄자막 및 한국수어방송의 품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공식요청해 왔다. 이는 농인의 정보접근권과 평등권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며, 헌법이 명시한 권리 실현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책무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결코 회피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의무이다.
이에 대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줄곧, 방송사에 대한 인허가 권한만 보유하고 있을 뿐, 방송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농협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소속 직원이 방송사에 유선으로 폐쇄자막 및 한국수어방송 입찰을 진행하도록 요구한 정황을 포착하였다.
이러한 정황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스스로 밝혀온 입장과 명백히 충돌하는 것으로, 정책 집행의 일관성과 행정기관의 공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나아가 이는 농인의 방송접근권을 형식적으로 다루며, 왜곡된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심각한 징후라 할 수 있다.
한농협은 이 행위가 단순한 개별 직원의 일탈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암묵적 지침이나 구조적 관행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가장 저렴한 비용’을 기준으로 입찰을 유도하고, 그 결과 폐쇄자막 및 한국수어방송의 품질 저하를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이는 농인의 방송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권리 침해다. 방송접근에 있어 ‘품질’은 권리의 실질적 내용이므로, 저비용 일변도의 조달 방식은 농인의 권리를 부차화하는 왜곡된 행정 구조와 다름없다.
이에 한농협은 오는 4월 1일 시청자미디어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장애인방송시청보장위원회’ 회의 장소가 돌연 이룸센터로 변경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한농협의 기자회견 및 집회를 의식하여 이를 회피하려는 의도적 조치이자,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가 아닌지 강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공적 기관으로서 장애인단체의 감시와 비판을 정당한 민주적 권리로 수용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집회 일정과 동일한 날 회의 장소를 갑작스럽게 변경한 행위는 그러한 책임에 반하는 태도로 해석된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회의 장소 변경의 구체적 경위와 배경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향후 방송사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회유하거나 압박하거나 협박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한농협은 이를 농인의 권리 요구를 억압하려는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한농협은 이와 같은 부당 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이에 한농협은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폐쇄자막 및 한국수어방송 입찰 개입 의혹에 대해 즉각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라.
2.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폐쇄자막 및 한국수어방송 입찰과 관련하여 방송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고, 정책 수행 과정의 위법성 및 책임 유무를 낱낱이 밝혀라.
3.‘장애인방송시청보장위원회’ 회의 장소 변경의 결정 과정과 관련자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4. 농인의 방송접근권은 결코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헌법적 기본권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방송 관련 정책의 수립과 집행 전 과정에 농인 당사자 및 농인 전문가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라.
한농협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상 오류로 판단하지 않으며, 농인의 권리를 침해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한다. 한농협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정당한 책임 이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5년 3월 25일
한국농아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