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회장 채태기, 이하 ‘한농협’)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방송 관련 법률 및 제도의 개선에도 농인의 시청권을 고려하지 않고, 저품질 수어·자막 방송으로 농인 시청자를 기만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행태에 분노한다. 한농협은 지난 수년간 장애인방송의 문제점에 대해 수차례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개선 의지가 전혀 없어 현재까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여 시청자의 편익 증진을 위한 방송참여와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이며 조직이다. 하지만 정보 습득에 취약하고 제약이 있는 농인 시청자의 요구는 수수방관한 채 개선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어재단은 장애인방송이 농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음을 이제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이다.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정책적으로 양적 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농인들이 체감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하다. 프로그램들은 시간대가 제한되고, 농인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수어 방송과 자막 누락 및 딜레이타임으로 인한 자막 방송의 문제, 프로그램 다양성 부족 등 접근과 이용에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수어와 자막 방송의 질적인 문제는 농인들이 방송을 외면하고 불신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는 실추된 장애인방송의 품질 개선으로 본연의 역할에 맞는 위상을 회복해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수어방송은 정확한 통역으로 농인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중요한 정보가 누락 및 생략되어 원문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적절한 어휘가 사용되지 않아 농인 시청자는 잘못된 정보로 여러 불이익을 겪고 있다.
수어방송은 농인이 사용하는 한국수어로 전달되어야 한다. 방송에서 한국수어로 정보를 전달하는 통역사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수어통역사는 한국어 문법체계에 단어만 수어로 치환하는 ‘수지한국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농인 시청자는 방송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무성의한 통역과 통역사의 통역 전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다수 농인들이 수어방송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 중에는 방송사의 통역사 채용에 대한 절차이다. 방송사의 수어통역사 채용은 엄격한 자격 및 채용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상당수가 개인 인맥에 의존하여 이루지고 있다. 그 결과 자질이 부족한 수준 미달의 수어통역으로 농인 시청자들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악순환되고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인들이 수어방송이 없는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한다.
자막방송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시간 송출 과정에서 일부 자막이 생략되거나 오·탈자가 발생해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고, 딜레이타임으로 인해 말하는 사람과 자막이 불일치 하는 화면이 송출되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방송 품질에 대한 평가는 양적·질적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지상파 및 위성 등 131개 방송사업자의 장애인방송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방식은 목표 대비 달성률만 평가하는 양적 평가에 그치고 있어 방송 품질이나 프로그램 다양성 등에 대한 평가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오래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수어, 자막 방송과 관련하여 질적 기준을 포함할 것을 권고받았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보장위원회는 전혀 반영할 생각이 없다.
우리 한농협은 농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인방송의 공공성 실현과 품질 향상을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첫째, 방송 전문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도입을 요구한다.
둘째, 농인과 당사자 단체의 참여가 보장된 협의체 구성 및 운영체계 마련을 요구한다.
셋째, 농인과 수어전문가 중심의 방송통역 모니터링단 구성 및 운영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넷째, 자막방송 프로그램의 딜레이타임 축소 및 자막 품질 향상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다섯째, 장애인방송의 품질 개선을 위한 질적 평가 도입을 요구한다.
2025. 2. 18.
한국농아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