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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 6-5 길들여진 여성들)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6-19 09: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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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투 캠페인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6-5 길들여진 여성들


모대 여교수가 상급자인 같은 대학교 남자 교수에게 성추행, 성희롱을 당한 뒤 성폭력 사실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를 통해 00 장관에게 알렸지만, 00 장관이 ‘두 분 애인 사이세요, (실제로 애인이었다는 것인지? 이 부분이 약간 애매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사정이 딱한 건 알겠으나 나가면 학교 망신이니 덮읍시다’라고 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00장관은 “피해자에게 만족할 만한 도움을 못 준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동료 여교수의 성폭력 피해를 덮자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주변에서 이런 경우를 흔히 본다.

피해 여성이 믿을 만한 여성 동료나 선배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때 뜻밖에도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한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너 때문에 아까운 남자 하나 버렸다”는 등의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남녀만 바꾸어 보자. 상사인 여성이 직장 남성 부하 직원을 성희롱한 경우 “꼬리치는 제비 같은 남자 때문에 능력 있는 아까운 여성 하나 버렸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왜 그럴까?

아마도 여성들 역시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자라났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여성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여성 연대 속에 놓기 보다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해자인 남성의 시선에서 피해 여성을 바라보고자 한다. 거다 러너(Gerda Lerner)가 “여성의 비극은 자기 역사를 부정하거나 무지를 강요당하는 데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이 상통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께끼” 하며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고 툭툭 치며 괴롭히는 남자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에게 “원래 남자아이들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짓궂게 구는 거야. 다 너 좋아서 그런 거란다’라는 말을 웃으며 해 주는 엄마 밑에서 여성들은 자라났다.


최근 만난 한 70대 할머니는 입에 거품을 물며 흥분된 어조로 최근 미투 운동을 질타했다.

“꼬리치는 여자들 때문에 애꿎은 남자들만 험한 꼴 본다”며 “열 계집 마다하는 남자가 어딨냐”는 말도 덧붙였다. 가만히 있지 않고 문제 제기하는 여성들이 드센 것이고 이래저래 세상 말세라는 것이다. 그 할머니는 자신이 평생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는 것을 마치 훈장처럼 얘기했다. “자, 봐라, 나는 이렇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고 살았으니 대견하지 않냐”는 것이다.


아!!!

우리 윗세대는 이런 무기력함과 무지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나와, 우리의 딸들이 살아갈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여성이 자신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 혁명이 시작되었다. 한 방울의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이제 여성들은 연대하고 힘을 모아 남성의 오랜 무기였던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길들여진 여성들의 의식을 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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