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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6. 미투 캠페인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6-1 남성에게 유혹할 자유를 허하라?)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5-12 09: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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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투 캠페인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6-1 남성에게 유혹 할 자유를 허하라?


미국 발 미투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는 ‘성의 자유에 필수 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대표적인 프랑스의 원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75세)를 선두로 여성 100명이 “유혹이나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라면서 “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배격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드뇌브는 “문제 남성들을 보내 버린 뒤에 다음 (공격) 타깃은 ‘헤픈 여자’가 되느냐”고 지적하면서 미투가 “남녀 간 연애에 청교도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혹을 즐기는 것은 엄연한 개인 자유의 영역인데 생각을 검열하거나 통제하는 ‘사상경찰’(thought police) 사회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성의 무릎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려 했다거나 일방적으로 친밀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면서 “여성을 자유롭게 발언하게 하려던 것이 이젠 거꾸로 돼서 사람들을 ‘올바르게’ 말하라고 위협하고 대오에 서지 않는 이들,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는 이들을 공모자·반역자라고 몰아세우는 식이 됐다”고 탄식했다. “남자들이 자신의 10년, 20년, 30년 전의 과거의 죄와 부적절했던 행동들을 끄집어내 뉘우치기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고발자들이 (공인들의)사생활로 침입해 공개 자백을 강요한다. 이는 사회에 전체주의의 기운을 심어줄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고 하면서 미투 캠페인을 벌이는 여성들은 “남자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는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여성들”이자 성폭력과 유혹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전제했다.


“성폭행은 범죄다. 하지만 어떤 이를 끈질기게 서투르게 유혹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남성들에게 유혹할 자유가 허락돼야 한다”라는 그녀의 말은 자칫 ‘미투 캠페인‘이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도덕적 반동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미투 운동이 과도하며, 남성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마녀 사냥’이 되어간다”는 언급은 마녀사냥의 희생자들에 대한 구체적 적시가 없어 객관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카롤린 드 아스 등 프랑스 페미니스트 30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들이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폭력과 유혹을 구분하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능멸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드뇌브 같은 유명인들이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보이게끔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드뇌브 등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에게 내재화된 여성 혐오 때문에 얼마나 멍청해질 수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줬다”, “우디 앨런과 하비 웨인스타인 같은 남자가 여태 지탱해 올 수 있던 이유가 설명된다”는 신랄한 비판에 직면한 카트린 드뇌브는 결국 사과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이런 논란은 영·미권 국가들과 달리 성(性)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대한 프랑스 문화의 특징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1960년대 성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기성세대와 성 평등 이슈를 부각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세대 간 인식의 격차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으로 보인다.


사실 프랑스 정계는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인 폐쇄적 구조 속에 ‘공인의 허리 아랫부분’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성 의식이 왜곡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2011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 뉴욕의 한 호텔 방에서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찾아보니 성폭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고 시도했다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로 IMF 총재에서 물러난 사건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다소 바뀌고 있다. 특히, 여성들을 대거 정계에 입문시키고 내각에 기용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엔 거리에서 여성들에게 추근대는 남성들을 처벌하기로 하는 관련 법규를 준비 중이다. 거리에서 낯선 여성들에게 심한 추파를 던지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이른바 ‘캣콜링‘(cat-calling) 행위에 대해 즉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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