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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 5-6 여성들이여, 연대하라! )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4-14 09: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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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지만, 이제 두려워하는 것을 멈출 때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5-6 여성들이여, 연대하라! 


성범죄를 당한 여성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에게 ‘낙인’으로 돌아올까 봐 두려운 마음에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못한다. 괴로워하며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는 일에만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러나 용기 내 말하는 다른 여성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아,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안과 힘을 얻는다. 때문에 고발에 나선 여성들의 용기는 비교할 수 없이 값진 것이며 성폭력으로부터 여성 공동체의 존엄과 생계를 지키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다. 성폭력 경험을 수면위로 드러내 놓고 말하는 것은 ‘공적 말하기’의 역동적 저항이기도 하다.


아렌트(Arendt)는 개인이 ‘드러내는’ 이야기들이 곧 사회를 말하며 각각의 언술들에서 사회적 구성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투 운동 역시 사회의 ‘억압 기제’와 ‘집단의 정체성’들이 얽혀 있는 사회적 규범들과 인식의 지배 속에 놓인 여성들의 삶에 대한 고발이다.


동일한 경험을 토로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고통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깨달음과 치유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를 통해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여성들은 다양한 연대를 통해 또 다른 피해자들을 지원하거나 조직 내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지책들을 마련하는 등의 현실적 노력을 이어나간다.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젠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를 통해 여성들은 서로 용기를 북돋워 주며 연대할 수 있다.


성폭력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피해 여성은 왜곡된 성관념이라는 벽에 부딪히곤 한다. 수사 기관을 비롯해 사회 전반이, ‘만남의 시간과 장소’, ‘사건 당시 입었던 옷’, ‘당사자들의 친밀도’를 가늠하며 ‘여성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다. ‘피해 여성의 과거 성 이력’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한마디로 “몸가짐이 바른 여성은 그런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이중적 성윤리가 여성을 통제하는 기준이 된다. ‘평소의 행실’이라는 불분명한 잣대는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는 ‘피해자 유발론’의 중요한 무기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여성들은 평소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나 생존과 연결된 권력 관계 안에서의 성폭력을 주변에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런 가부장적 인식에 저항하고 자신의 힘든 경험을 공론화하며 여성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려 ‘성폭력 말하기’라는 힘든 장정에 들어선 여성들의 모습은 움츠려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들이 많아지고 함께 힘을 합친다면 그토록 단단하게 여겨졌던 성차별적 사회 인식이나 시스템도 바꿀 수 있다.


2016년에 강남역에서 벌어진 여성 혐오 살인사건 이후 트위터에서 ‘#살아남았다’는 추모 해시태그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에 공감하는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젠더폭력에 노출된 채 현실을 살아가는 약자로서의 정체성을 각성한 수많은 여성들은 다시금 한국의 성차별과 성범죄의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 행동을 보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집중하여 불평등한 젠더 기울기를 개선시켜 보려는 노력은 여성들이 트라우마 속에서도 사회를 바꿔 보려는 의지 하나로 연대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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