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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나다. (3-2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2-11-04 13: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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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뻔뻔하고 무지한 수컷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3-2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에 함께 분개하며 응원한다는 남성들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소위 기성세대라 불리는 남성 중 살아오면서 여성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한 행동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본인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부지불식중에 범해졌던 성희롱은 정말 없었을까? 50대인 내 지인 남성은 요즘 들어 자신의 과거에 대한 물음표 하나가 생겼다. “취중이나 무지함으로 혹시나 주위 여성에게 실수한 적은 없을까” 하고 자꾸 뒤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어쨌든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한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매사 언행을 조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보도에 대한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에 대해 류근 시인은 “놀랍고 지겹다”고 했다. 6~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그의 못된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냐”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눈앞에서 보고도, 귀로 듣고도 모른 척한 연놈들은 다 공범이고 주범이다. 눈앞에서 그 즉시 그의 손을 자르고 목을 베어야 옳았다”고 일갈한다. 알고도 외면하는 ‘침묵의 동조자들’로 인해 성범죄를 더 키운 조직적 묵인에 대한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다.


이윤택과 조민기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스승이자 선배였다. 절대 권력을 가진 이들은 어린 제자들을 은밀한 공간으로 불러 성폭력을 저질렀다.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한 피해 여학생에게 돌아온 답은 “네 몸은 네가 알아서 간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재령 음악극단 콩나물 대표는 “안마를 거부하면 다음날부터 극단 안에서 외톨이가 됐다”고 했다. 어쩌면 침묵의 동조자들이 제2의 이윤택·조민기를 양산해 낸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장자연 사건’은 또 어떤가. 여배우 한 명이 목숨을 끊어가며 알리고자 했던 그 엄청난 폭로를 우리 사회는 공공연히 덮고 있다. 그 사건에 관련되었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그들을 단죄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들은, 특히 나와 같은 기성세대는 모두 공범인지도 모른다. 주변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정확하게는 몰랐어도, 정황상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짐작했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미약한 힘이나 관계 때문에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비겁함이 새삼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런데도 박재동 화백이 올린 미흡한 사과문에 응원의 댓글들이 넘쳐난다. “힘내시라, 응원합니다.”, 심지어 “감사합니다”까지. 도대체 무엇이 감사하단 말인가? 박재동을 영웅시하던 팬들에겐 그의 성추문조차도 그저 가슴 아픈 일일 뿐이다. 왜곡된 집단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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