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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2.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2-1 웃으면 헤픈 여자, 안 웃으면 성질 더러운 여자)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2-09-02 10: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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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2-1 웃으면 헤픈 여자, 안 웃으면 성질 더러운 여자


한국에서 ‘여성다움’이란 단어는 ‘다소곳한, 참한, 청순한, 얌전한’ 등의 의미로 쓰인다.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활달한 여성은 ‘기가 세고, 나대는’ 혹은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여자로 취급받는다. 


큰 목소리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는 ‘페미-나치’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무시당해도 웃으며 가만히 참는 덕목은 여성의 미덕으로 칭송 받아 왔다. 성희롱의 경우도 조심스럽게 문제 제기를 하는 여성에게 “네가 먼저 웃으며 꼬리쳤잖아”라는 뻔뻔한 대답이 돌아온다. 웃는 여성은 그저 웃는 게 아니라 “꼬리를 치는” 것이기에 그에 응수한 것이 뭐가 나쁘냐는 적반하장식 대응이다. 반면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굴면 “무슨 여자가 이리 뻣뻣하냐” 라거나 “얼굴도 못생긴 것이 성질도 더럽다”는 이중의 힐난이 돌아온다.


공사 구분 확실히 하며 까칠한 남자를 ‘차도남’이라고 부르며 매력적인 남자의 대열에 올리는 것과 달리, ‘차도녀’는 현실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피로, 공포, 당혹, 놀람, 좌절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이다. 이 롤러코스터는 여성이 제어할 수 없는 트랙을 돌며 매순간마다 긴장 속에 자신의 처지를 재확인하는 굴레로써 기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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