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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1-6 남성 몰카라 수사 빠른가?)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2-08-25 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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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오늘 미투 티셔츠를 입는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1-6 남성 몰카라 수사 빠른가?


최근 홍익 대학교 회화 수업 도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유출한 여성 몰카 유포범을 경찰이 긴급 체포한 사안을 두고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문제의 사진이 유출된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서는, “이렇게 빨리 잡을 수 있었는데 왜 그동안의 여성 몰카는 방관했느냐”, “여성 피해 몰카 사건도 두고 보자”는 비판적 취지의 글이 줄을 이었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몰카 범죄에 노출돼 있는데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반면, 이번 사건은 발생 며칠 만에 신속하게 (여성)범인이 구속되었고 이는 남성 피해자에 대한 차별적, 편파적인 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몰카 사건의 피해자인 남성이 워마드 회원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고 경찰이 워마드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이처럼 신속한 2차 피해 조사에 대해서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뒤이어 ‘불법 촬영 성(性)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워마드는 압수 수색, 소라넷은 17년간 방관”,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시위의 목적을 “사법 불평등과 편파 수사를 규탄,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몰카’ 촬영과 유출, 소비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워마드 자유 게시판에는 혜화역 주변 남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과거 여성들은 몰카 피해를 당해도 수사가 지지부진해 고통을 느꼈다. 남성들도 몰카를 당한 심정을 느껴 보라”는 주장이다.


대체 이런 ‘혐오 미러링(보복)’ 활동이 격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인권 보장하라!”는 구호가 설명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피해자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느낀 것이고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여성들의 과도한 ‘피해 의식’이 분출된 것이라고 한마디로 치부해 버리고 넘어가기에는 분명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지점이 있다. 그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몰카 사건들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도 사실이기에 남녀 상관없이 신속하게 수사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극단적 남혐(남성혐오)의 방식으로 표출되는 데 있다.


남성 비하 언어 등이 ‘여성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건전한 페미니즘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남성(피해자) 몰카가 늘어야 여성 몰카가 줄어들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은 자칫 성대결로 흐를 위험성과 혐오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선 ‘김치녀(한국 여자를 김치에 빗대 이르는 속어)’와 ‘한남충’(한국 남자를 벌레에 빗대 이르는 속어) 등 여성과 남성을 싸잡아 비하하는 단어가 일상화되어 있다. 왜 이런 용어들이 튀어나오고 전파되고 있는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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