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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미투 운동이 나아갈 방향
  • 박은희 기자
  • 등록 2023-11-13 11: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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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부록- 고려 대학생들이 보는 미투 운동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서론 : 왜 미투 운동이 중요한가?

지난해 2017년 9월 ‘마초에서 여성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자유한국당 주체 토크콘서트에서 홍준표 대표는 “젠더 폭력이라는 말…트랜스젠더는 들어봤는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다양한 집단, 계층, 가치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슈들을 다루는 것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구인 정당, 그것도 최대 야당의 대표가 성평등 문제 이전에 섹스와 젠더의 개념조차 무감각하다는 것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러한 주제에 대해 몰지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투 운동의 바람을 불고 온 계기가 된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사의 성폭력을 폭로 당시, JTBC 뉴스룸에서의 말 “성폭력 피해자 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을 들으며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로 전가하는 행태가 생각보다 깊이 우리 사회에 뿌리 박혀 있고 이를 인지하는 것조차 어려웠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인터넷 댓글로 서지현 검사의 외모를 평가하는 등의 모습은 미성숙한 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내뱉게 했습니다. 왜 10년이나 지난 일, 옛날에 있었던 일을 이제 와 이야기를 하냐, 혹은 과거에 잘못한 일로 한 사람 인생을 골로 가게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시선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어린 시선 이전에 우선시되어야 할 점은 왜 이제 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지, 혹은 이 문제가 한 사람의 인생을 골로 가게 할 만큼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미투 운동이 왜 이제서야 일어나고 있느냐’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지만, 우리들의 귓가에 닿기 전에 삭제되고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오는 불이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문제가 타인의 것이 되면 무감해지고, 그 문제가 오게 된 본질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이야기의 물꼬를 틀게 된 지금, 미투 운동이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구조를 고치고 모두가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이 사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오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론1 : 나에게 미투 운동이란?

저에게 있어 미투 운동은 단순한 폭로 활동에 그치진 않습니다. 이제껏 사회의 권력 구조에 짓눌려 입 벌려 외치지 못한 이들의 한 섞인 울음들을 모아 큰 외침으로 만들어 가는 연대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그러게 왜 옷차림을 그렇게 하고 다녔나’라고 이야기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왜 문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할까’라고 의문시했었습니다. 일반적인 성범죄 활동에서도 그러한 소리를 듣곤 하는 미성숙한 사회에서 하물며, 권력까지 가지고 있는 이들에 의한 성범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2차, 3차 피해를 주었는지 저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성폭행 사실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피해자의 마음에 ‘기억의 조작’, ‘꽃뱀’, ‘너도 즐겼잖아.’ 등의 정신적인 폭행이 가해지는 현 사회의 상태가 과연 정상일까요? 그것에서부터 저는 미투 운동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범죄 관련인들을 분류할 때, 가해자, 피해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부족합니다. 피해자를 외면함으로써 가해자의 편에 선 침묵의 공모자들을 우리는 주목시 해야 합니다. 마틴 루터 킹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악다구니가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의 지독한 침묵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눈앞의 이익 관계만을 따라 행동한다면, 그곳은 밀림일 뿐 인간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말했다가 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침묵을 선택했다고 말들 하지만, 이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외면했었던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보장이 어디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피해자들을 가장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피해 상황도 가해자의 사회적 위치도 아닌 방관자들의 기만입니다. 가해에 직접적인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모든 정황과 사실을 보고, 듣고, 알았지만 이를 말조차 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더 큰 좌절감과 고독감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투에 대한 반작용으로 논란된 ‘펜스룰’이 마치 미투 운동의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아내가 아닌 여성과 단 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원칙에서 유래된 ‘펜스룰’은 성추문이 발생할 염려가 되는 상황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목소리가 되어 분출되어 나온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를, 그리고 미투 운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성차별로 고통 받고 있는 현 여성들에게 한 겹의 더 두꺼운 유리천장을 씌우는 일 밖에 되지 못합니다. 단순히 남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노소,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회 집단은 타인의 몸에 대한 권리, 즉 성적 자기 결정권을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폭력으로 제압, 강제, 강요,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미투 운동의 주역이 지금껏 여성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가해자’, ‘여성=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됩니다. 남성도 미투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남녀로 이분법화 되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아직 미투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태껏 그러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해 주진 않습니다. 앞선 서론에서 이야기했듯이, 비판 어린 시선을 주기 이전, 왜 남성 피해자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없었는지를 더욱 고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미투 운동의 화제성을 악용하여 무고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생길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바, 미투 고발 사건에서 무고죄는 2~3%만을 차지할 뿐입니다. 미투 운동이 큰 사회적 변동을 야기하는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은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물적인 것에 주목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습니다. 부작용을 무서워하여 모든 것을 멈추고 가만히 상황을 두고 본다면 미투 운동 피해자들의 절절한 외침은 울림 없는 메아리로 끝나버리고 말 것입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해서 무감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이가 없도록 정확한 사실 확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본론2 : 앞으로의 방향성

확 끓어오르다가도 금방 식어버린다는 한국의 여론 특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미투 운동이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노선을 이어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폭로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순한 폭로 운동과 연대를 넘어서서, 이 논의가 더 깊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많은 방안들과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첫 번째는 법적 제도화입니다. 특정 대상 몇 명의 성추문에 그쳐선 안 됩니다. 끊임없이 밝혀지고 있는 성폭력 사건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찾아 뽑아내야 합니다. 함께 고민할 과제로 던져진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방안,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을 드러내더라도 죄책이 생기는 현행 명예 훼손죄의 존폐 문제 그리고 수사 기관의 무고죄 수사 관행의 개선 등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정하고 제정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심포지엄을 첫 출발로 삼아, 제도적인, 확실하고 공식화된 대책을 마련하는데 이제는 주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책임성도 함께 가중되어야 합니다. 화제 몰이, 여론 몰이라고 불릴 만큼 언론의 화제성은 어떤 사안에 대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역할이 대단합니다. 미투 운동이 화제를 모은 것에도 언론의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언론의 필터의 기준은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즉, 확실한 정보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달해야 합니다. 여론 몰이식으로 특정하고 주관적인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파해서는 안 됩니다. 정보의 소비자들의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 정보의 1차 소비에만 큰 비중을 두어서는 안 되며, 경각심과 객관성을 지닌 채 정보를 얻고, 그리고 자신의 확고하고 올바른-윤리적인 것을 말하지만,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동의할 만한 것들을 일컫습니다.- 주관 아래 이를 해석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두 번째 방향성은 젠더 교육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미래] 수업 시간, 젠더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있었느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아무도 선뜻 손을 들지 못했었던 만큼, 우리가 성장해 온 사회에서 젠더 의식에 대한 교육의 장은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미투 운동은 정치, 법, 사회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우리의 생활, 더 좁혀 들어가면 우리의 마음가짐(생각)의 형성과도 크게 관련을 맺습니다. 미투 운동의 종착점에는 근본적인 의식 구조, 즉 역사적이고 문화적으로 이어져 온 남녀 차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바꾸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이 싫다는 것이 감정이 예민하다는 것으로 치부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공고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잘못이고 이에 대해 몰지각하고 침묵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일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교육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일본과 같은 나라는 여기에서 제외합니다.-에서는 성적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문화가 우리나라에 형성되기 위한 방안은 학교만으로 국한되지 않고 가정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방향성은 폭로 이후 고발자들에 대한 보호책 마련입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어린 고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선은 서지현 검사의 발언의 대상과 내용의 선정성 뿐, 이후 그 검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인사적인 불이익 등 다양한 시점에서 다가오는 2차적 피해들로부터 고발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다면 미투 운동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일이 될 것이고 이는 즉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방향성은 예측과 대응의 방법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우선 핸드폰 녹음에 자신의 목소리만 들어간다면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합법’이라는 점을 알고 성폭력, 성희롱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식자리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에 대응해보겠습니다. 녹음기를 먼저 키고 CCTV 시야 범위 내에 앉은 다음 상황을 육하원칙에 따라 녹음을 하는 것입니다. “OOO 부장님(누가)! 밤 12시에(언제) XX고기집에서(어디서) 지금 뭐하시고 계신 거예요? 부장님 손이 제 엉덩이에(무엇을) 2번이나 닿았어요(어떻게)!”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방법 외에도 ‘지문 체취’가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의 손길이 닿은 바지를 증거 자료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이외 해바라기 센터, 1366 등 다양한 대응 제도들의 존재와 방법 등을 마련하고 이를 모두가 잘 알고 대응한다면, 성범죄로 인해 상처 입은 피해자들의 마음에 정확한 사실 진단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2,3차 정신적 폭력인 자세한 진술 요구, 혹은 재현 등의 압박으로부터는 한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 소감

미투 운동은 자유를 실현해 나가는 가치 운동이며 긍정적인 방향의 사회적 투명성 고양 운동입니다. 이러한 미투 운동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미투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고 보완되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저는 저 혹은 저의 옆 사람에게 성희롱을 가하는 직장 상사에게 안 된다고 확실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지, 이 사안이 가지는 중요성과 함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욱더 성숙된 시민사회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 저부터 젠더 의식을 높이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무지를 일깨우고 무지하다는 사실조차도 무지한 상황 자체에 대해서도 일깨우는 사회적 교육의 장이 더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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