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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2-3 유리천장)
  • 문현숙
  • 등록 2022-09-16 10: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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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2-3 유리천장


한 야당 대표는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 그건 하늘이 정한 일”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21세기 한국 중년 남자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성폭력이 성차별, 성별 권력 관계의 불평등과 같은 구조 및 인식과 따로 떼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말이기도 하다.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한 권력에 의한 성적 억압과 착취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선진국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6년 연속 오이시디(OECD) 29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순위는 여성 관리직 비율과 남녀 소득 격차 등 10개 항목의 데이터를 기초로 매겨졌다.


한국의 대졸 여성 취업률은 OECD 회원국 35개국 중 꼴찌였다. 이처럼 대졸 여성의 취업률이 낮은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이직이 많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해도 파트타임이나 단순 업무 등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어 수입도 적다. 여성 교육에 대한 투자가 경제 활동으로 충분히 환원되지 못하고 있어 사회적 손실도 크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 역시 37%로 회원국 중 가장 크다. 고위직 승진 전망은 ‘제로’에 가깝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높은 직책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적었고 성비 불균형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국내 공공 기관 내 여성 기관장 비중은 8%에 불과한데 그것도 대부분 여성 정책 관련 기관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이 두껍기로 유명한 증권업계는 10대 증권사 중 여성 임원 비율이 0.1% 수준이었다.


역대 최다라는 20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지역구와 비례 대표를 포함 17%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8.5%에도 한참 못 미친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선 144개국 중 118위였다. 이처럼 한국의 여성 차별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미투(Me Too) 운동은 권력의 힘으로 강제되었던 성추행·성폭력 문제가 터져 나오도록 돕고 있다.


미투 운동은 한국의 여성 차별을 바꾸는 혁명으로 진전될 것이다. 여성들을 ‘배려’나 ‘특별대우’ 하라는 게 아니라 ‘존중’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 이것이 성평등 사회의 출발점이다. 인식의 전환은 말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 각 영역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확대 등 제도적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세 아이를 낳고도 일터 복귀에 성공한 한 워킹맘 공무원의 과로사 소식은 슈퍼우먼을 강요해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성희롱과 성차별을 받고 결혼 후엔 퇴직 압박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82년생 김지영』의 삶에 많은 여성들은 슬픈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비정규직, 채용 차별, 돌봄 노동, 일·가정양립의 어려움, 직장 내 성폭력 등 곳곳이 지뢰밭인 현실에서 여성 노동자는 다양한 차별을 받아가며 일한다.


여성에게 보다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권력 관계를 근간으로 작동하는 노동 현장을 여성의 관점으로 살펴봐야 한다. 가부장적 인식이 뿌리 깊은 사회에서 하층부에 놓인 여성들의 노동권과 인권은 열악하다.


심각한 유리천장 문제는 성평등 사회를 가로막고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이 승진 시 불이익을 받는 ‘유리천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성별에 따른 인사 상 불이익을 막도록 사업자에게 노력 의무를 부과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리천장방지법’ 의 주요 내용은 양성평등기본법에 여성이 승진‧전보 등 인사 상 처우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그 자질과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국가 기관 등과 사용자가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번 ‘유리천장방지법’ 통과로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공정 사회가 되는, 우리 사회 유리천장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정부는 여성들이 평등하게 일할 권리와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민간 기업 여성 임원의 비율을 공개하고 성별 임금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사결정권자의 성별 다양성을 위해 공공 부문은 여성 고위 공무원 목표제, 공공 기관 여성 임원 목표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정책의 1순위에 놓고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면서도 위원 30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공식적인 법과 제도 개선만이 유리천장을 부수는 해결책은 아니다.


일상 속에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는 의식도 문제이다. 한 연구는 아내가 의도적으로 남편보다 적게 벌려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남편이 아내보다 더 벌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아내가 소득이 높을 경우 남편은 불편해하고 아내는 오히려 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도 무능력한 남편 대신 가장 역할을 하는 여성이 있는데 혹시라도 “돈 번다고 남편 기죽인다”는 말을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월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한다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명문대 MBA 과정에 있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공개참여 형 과제에서 미혼여성들의 성적이 낮게 나왔다. 이들이 연인이거나 미래배우자 후보인 동료 남학생에게 나쁜 신호를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녀 모두에게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은 단순히 정치, 경제적 영역의 정의로움을 넘어서 직장 내 권력 관계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성폭력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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