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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4-6 하나도 즐겁지 않습니다.)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2-28 10: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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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을 둘러싼 '말'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4-6 하나도 즐겁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이기에 겪는 참 황당한 일들이 간혹 발생한다. 내가 겪은 예를 몇 가지 들어 본다.


1. 어떤 모임에 갔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나를 “우리 애인”이라며 부르며 엄청 친한 척한다. 우리 남편도 잘 알고 심지어 그분 와이프도 내가 잘 알고 지내는 사이. 본인은 편하고 친하게 군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어르신의 애인이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을 이유는 전혀 없다. 정색을 하고 문제 제기 하자니 나이 든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꾹 참고 넘어갔다. 이런 경우 동방예의지국에서 어르신을 공경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나는 잠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이렇게 주책맞은 영감님들에겐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 어떤 모임에 갔는데 술 한 잔 걸친 후 괜히 친한 척 하면서 스킨십을 시도한다. 악수할 때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긁어대는가 하면 심지어 어깨에 팔을 얹기까지. 내가 태권도로 돌려차기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거겠지?


3. 어떤 모임에 갔는데 처음 본 나를 “문희 씨”라고 부르는가 하면 심지어 “문희야”라고 호칭.
송 박사나 송 교수, 혹은 송 선생님이란 호칭 이외에 불려본 적이 없어 매우 황당하다. 친한 동기 친구들이 아닌 이상 여성들은 밖에서 사회생활 중에 만나는 남성들에게 무슨무슨 씨라고 절대 호칭하지 않는다.


4. 어떤 모임에서 단순히 스치며 인사 몇 마디 나누고 명함 교환했을 뿐인데 아름답다느니 지적이라느니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적으로도 명함 내밀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일단 그 사람은 본인의 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안과부터 가 볼 것을 권한다.


위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의식적, 무의식적 성희롱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일상화된 성희롱에 대한 한국 남성들과 여성들의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댓글
1. 송박사 님이 예쁘기 때문에 파리가 꼬이는 겁니다. 너무 모질게 파리채를 휘두르면 오히려 적이 될 수 있으니 그들을 태양처럼 대하세요. 태양은 너무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습니다. 즉시 의사 표시를 해 알려 주시던가 째려서 레이저를 쏴 주면 다음부터 안 그럽니다.


2. 눈치 없거나 뻔뻔한 사람들도 있으니 문제이지요. 기본 됨됨이의 문제.


3. 순간 대처가 이상하게 잘 안돼요. 째리거나 망신을 주고 싶어도 순간적으로 ‘참자‘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보게 돼요. 물론 이후 경계 대상으로 분류하긴 하지만요. 관계라는 네트워크 안에서의 후폭풍을 의식해서일까요?


4. 충분히 마음에 와 닿는 글이어서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선의의 친근감 표시와 상스러움의 경계가 모호한 점도 헤아려 주시길요~ ^^


5. 한국 아직 심하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연령이나 세대의 문화가 그때와 지금이 달랐던 거고 그래서 대체로 문제의식 자체가 없으신 것이 문제 같아요. 학교 때나 청년 때 성교육을 못 받은 세대들. 위에 나열하신 예들이 그냥 일상사였던 시절을 사신 분들. 30대나 그 이하 층은 문화가 좀 다른 것 같고 훨씬 담백한 듯.


6. 송 박사님 같은 분은 그 자리에서 정색하고 지적을 해 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의외로 성희롱 문제에 둔감하거나, 자기 정도는 그래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누군가가 따끔하게 지적을 해주어야 하는데, 남자는 그럴 기회가 없으니...


7. 개인 차원의 단호한 대응도 필요하고, 남녀를 떠나 인권 감수성을 지닌 분들도 함께 나서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언젠가는 자리에 동석하셨던 남성분이 저 대신 따끔하게 혼을 내주신적도 있는데 아주 진한 동지애를 느꼈답니다.


8. 그래서 나이든 남자는 입과 손을 조절할 수 있는 공학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9. 세상 싫은 것이 꼰대의 능글맞음입니다.


10. 회사 생활을 하며 아직 여성보단 남성이 많은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공감됩니다.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정말 조선시대 수작을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요새 인터넷에 만연한 연애 컨설팅 업체 홈페이지 주소라도 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정색을 하며 얘기하면 농담이다, 친해서, 너무 딱딱하신 거 아니냐는 개소리를 하는데 그렇게 떳떳하면 녹음과 녹화를 통해 댁에 계신 사모님이나 자라나는 따님들에게 보여주고 사회적 매너란 이런 것이니 당신들도 알아두시오~라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니까요. 저도 이제 기성세대라 불리는 그 세대로 진입중인데 정말 [개저씨]라는 단어는 참 잘 지어낸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듣게 되는 칭찬과 호감을 가장한 말들 속에 사실은 여성 전반을 폄하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남자의 잠재적 섹스 상대 내지 결혼 상대로 대상화하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여성들은 억지로 웃거나 난감해 하면서도 이런 말들을 견뎌야 하는 불쾌감과 피로감이 높아진다. 여자들은 다 느낀다. 상대방이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며 편하게 대하는 건지 성적 대상인 여자로 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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