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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4-3 어떻게 들어간 회사인데)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1-26 10: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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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을 둘러싼 '말'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4-3 어떻게 들어간 회사인데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2017년 직장 내 성희롱 상담자 근속 연수는 3년 미만이 72.7%에 달했다. 연차가 낮은 젊은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의 주 타깃이라는 뜻이다.(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갑니다. 상담자의 근속 연수와 연차가 낮은 여성 직장인, 성희롱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여성가족부 성희롱 실태 조사를 보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9.6%) 중 78.4%가 ‘참고 넘어갔다’고 했다.


술자리에서 허벅지를 만지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상사에게 싫다는 내색을 못하며 끙끙 속앓이를 하던 새내기 직장 여성들은 이런 지속적 피해에 자괴감이 쌓여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 이유를 적어내기에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제 발로 걸어 나간 것처럼 보인다.


하기야 소리쳐 본들 무슨 소용인가? 성폭력 피해 자체로도 수치스러운 일인데 용기 내어 피해사실을 알려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 같이 술 먹자며 추근대는 거래처 사장의 제안을 거절하자 “나이 먹으면 그런 말도 안 한다. 고마운 줄 알아라”라며 핀잔을 주고 히죽대는 남자 동료들도 있다.


이처럼 직장 내 성폭력을 신고할 제도가 있어도 이런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 속앓이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많다. 검찰이라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위계 조직에서 힘들게 문제 제기를 한 서지현 검사에게 돌아온 답변 역시 “검사 생활 얼마나 더 하고 싶냐, 검사 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상사 평가나 잘 받아라”는 압력이었다.


2017년 10월 가구 업체인 ‘한샘 성폭행’ 사건의 경우를 보자. 한샘의 신입 여사원은 인터넷을 통해 불법 촬영과 성폭행, 성폭행 미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더 억울한 것은 성폭행 피해를 알린 뒤 회사로부터 풍기문란으로 징계를 받고 ‘꽃뱀’으로 몰리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해자들이 집단과 조직 내에서 흔히 듣는 이런 말과 압력 등은 전형적인 2차 피해에 해당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는 경우는 28%에 불과하다. 용기 있게 나서 피해 여성을 도우려는 동료는 적은 반면 거짓말까지 하면서 가해자 편을 드는 사람도 있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이가 직장 상사인 경우가 많다보니 이런 추한 행동이 드러나면 조직이 흔들리고 덩달아 본인에게도 불이익이 갈 것이라 우려하는 왜곡된 조직관에서 이런 2차 가해에 합세하게 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은 불합리한 성차별과 성희롱에 관심을 갖고 여성 인권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는 되었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을 억울하고 예민하게 만드는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회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회사 대표나 중견 간부들이 성희롱을 제대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거나 오히려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내 분위기라면 피해 여직원이 명확하게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오히려 가해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보복하기도 한다. 사내 여론 또한 직장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든 예민한 여성 취급을 하며 피해자에게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분위기로 치우친다.


2017년 서울여성노동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상담자 중 57%가 성범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가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파면이나 해임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53.4%에 달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겪으면 회사가 처벌을 받는 강력한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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